나의 이야기

얼떨결에 정신분열증 환자가 나은 이야기...

하정미 2007. 10. 5. 21:12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따고 나서 한 사회복지기관에 취직을 하였다...

 

지도 교수님은 내 취직에 대해 조금 걱정하셨지만 졸업하자 마자 바로 취직이 되었다.

 

그 기관은 다른 기관들 주로 아동보호 서비스(CPS)에서 의뢰된 정신건강문제를 가진 사람들이나 가족들을 방문에서

 

개별상담이가 가족상담을 해 주고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관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해서 상담을 하였다. 내 케이스는 평균 20개 정도...

 

그러니까 하루에 4가정을 방문하는 샘이었다...

 

인상적인 케이스가 여럿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한 가족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그 가족은 케이스를 의뢰받고 서류를 살펴보자마자 놀랐다.

 

왜냐하면 그 가정의 주부가 10년째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고 그 동안  많은 정신과 의사랑

 

심리학자, 사회복지사들이 치료를 시도했지만 개선되지 못한 아주 어려운 케이스였는데

 

우리 기관에서 가장 초임사회복지사였던 나에게 맡겨진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다들 노력해도 안되니까 포기하고 그냥 나보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만 잘 하라는

 

뜻인 듯 했다.

 

남편은 목수라서 미국에서는 가족을 부양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직업인데 아내의 증상이 남편이 밖에만

 

나가면 어떤 목소리가 아내에게 남편이 지금 옆집 누구누가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던지 어떤 경우에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남편이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우는 것이 보이는 것이어서 남편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서 온 가족이 Homeless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정부로부터 원조를 받고 있는

 

가정이었다... 아이는 6명인가 7명인가 있었다...

 

첫 방문하는 날 그 집 거실에 들어가보니 집은 무척이나 비위생적이었다. 제대로 설겆이나 청소를 하지

 

않고 사는 것 같았다... 미국식이라 카페트가 깔려있는데 너무 지저분하고 불결한 음식물 찌꺼기가 오래되어

 

거의 썩은 것 같이 묻어있는데 막내 아기가 그 위를 기어다니고 아무 것이나 빨고 있었다...

 

그래서 첫날은 사정을 위한 여러 질문을 하면서 일단 바닥청소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의논하고 기본적인 청결유지에

 

대해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 하얗고 귀엽게 생긴아기가 너무 안타까왔다...

 

그런데 그 케이스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들었다.

 

이미 여러 상담기법을 나보다 훨씬 유능하고 경력이 많은 치료자들이 다 해봤고 약도 써보았고...

 

그녀는 어릴 때 남편이랑 같은 교회에 다녔는데 청소년 시기에 둘이서 함께 가출을 해서 가정을 이루었고

 

그 이후로 교회에는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가고 싶어도 차가 없어서 갈 수 없다고 하였다.

 

클라이언트의 환청과 환시에 대해서 들어보니 그냥 정신분열은 아닌 듯 했다...

 

아무래도 악령의 장난이 개입된 듯한 이야기들이었다. 얼마 전에는 방에서 창문밖을 보았는데 까만 색의 차가 자기 집

 

앞에 섰는데 번호판이 666이더라고 하였다. 그래서 속으로 계속 예수이름으로 명하니 마귀야 물러가라라고 기도하였다.

 

그런 말을 내 놓고 하면 미국에서는 사회복지사자격을 박탈당할 지 모르는 일이라서 속으로만 계속 그렇게 기도하면서

 

상담을 하였다... 그러다 2, 3주가 지나서 도저히 그 아기가 불쌍해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짤리면 짤리리라는 각오를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마귀를 물리치는 기도를 하라고 했다...

 

매주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일상적으로 상담을 하면서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주로 경청과 공감을 위주로... 마음속으로는

 

계속 마귀를 물리치면서... 한번은 클라이언트가 너무 움직임도 둔하고 비만하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에너지가 없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한국에서 배운 국민체조를 가르쳐 주었다. 같이 국민체조를 했는데 한번을 제대로 못 따라했다... 그거 따라하면서

 

땀을 비오듯 흘렸다. 그래서 매 주 함께 국민체조를 하면서 시간도 떼우고...

 

그런데 하루는 그 동안 환청이나 환각이 없었는지 물어보았는데 그 증상이 그러고 보니까 그 동안 한 번도 없었다고 하였다...

 

게다가 남편이 그 동안 계속 일을 잘 다닐 수 있어서 가정경제가 많이 좋아져서 더 이상 정부의 원조를 받지 않아도 되어서

 

케이스가 종결되게 되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뭐 별다른 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심한 케이스가 나아서 케이스가

 

종결되는 일은 미국에서도 기적이다..

 

슈퍼바이저가 너무 놀라서 상담과정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뭐 특별히 한게 없어서...

 

속으로 떠오른 건 기도한거 그리고 기도하라고 한거... 그렇지만 그 말을 하면 짤리니까 절대로 하지 않고...

 

모르겠다고 딱 잡아떼었다... 슈퍼바이저는 계속 추궁을 했지만...

 

그 이후로 슈퍼바이저는 나에게 뭔가 이상한 게 있다고 하면서 눈여겨 보기 시작했지만 뭐 할 말도 보여줄 것도 없었다.

 

그 때는 너무 얼떨떨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치료한 게 없는데....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클라이언트의 병세가 너무 오래 동안 위중했었다...

 

달리 한거라곤 기도밖에...

 

아마도 정답은 하나님이 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