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귀국 후 20번째 감사주일을 보내고...

하정미 2022. 11. 22. 05:46

지난 주일이 내가 귀국한 뒤 우리나라에서 맞이한 20번째 감사 주일이었다. 2002년 여름 내가 만으로 30살이 되었을 때 미국 상담소에서 월급을 받는 상담사로 일하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하나님께서 귀국하라고 말씀하셔서 예정에도 없이 내가 전혀 뜻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로 무작정 돌아왔다. 그때 참 막막하고 당황스러웠다. 내가 왜 돌아와야 하는지 불만이 많았고 함께 알고 지내던 지인들께 너무 죄송하고 내가 그들의 사랑과 신뢰를 배신한 것 같기도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딱히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상담소에 취직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때는 취직할만한 전문적인 상담소가 없었다. 하나님께서 도대체 왜 변변한 상담소도 없는 이곳에 나를 돌아오게 하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귀국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지인을 통해서 대학교에서 시간 강의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지만 기쁘고 막상 해보니 재미있었고 학생들과 만남이 너무 좋고, 보람되었다.

 

2005년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이것도 역시 내 뜻이 아니었다. 반강제로 주변 분들의 권유와 회유로 대학원을 갔었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또 다른 광야로 인도하셔서 소위 뺑뺑이를 돌았다. 자살 생각에 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데 6년이 걸렸다. 하나님께서 내 공부가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었다. 상담가로서 지식뿐 아니라 세상에 관한 공부도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나는 귀국하고 나서 하루는 교회에 가서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내가 미국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고생도 많이 했으니 이제 좀 편안하게 살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뒤통수를 살짝 때리시면서 네가 지금 나이도 어린데 벌써 편안하게 해 달라고 하느냐? 갈 길이 멀었다.”라고 말씀하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돌아보니 사실 내가 철이 없었다. 우리나라 나이로 32세였는데 내 딴에는 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면서 충분히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참으로 어리석고 교만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어릴 때도 집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고 잠자기를 좋아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고 대학만 졸업하면 집에서 놀아야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딱 40살까지만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게으르고 나태한 나를 하나님께서 고난을 통해서 연단하시고 지금까지 참 많은 일을 하도록 인도하셨다. 그래서 이번 감사 주일에는 더 많이 감사했다. 내 뜻대로 하지 않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

 

2004년부터 부산장신대학교에서 강의하게 되었다. 그때도 내 의지로 그 학교에 가게 된 것이 아니었다. 타의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옮겨 강의하게 되었는데 2019년까지 딱 15년 그곳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함께 울고 웃으며 참으로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2009년에 처음, 2014년에 두 번째, 그리고 2019년에 세 번째 어떻게 하나님께서는 딱 떨어지는 숫자를 좋아하시는지 5년마다 한 번씩 학교에 내 의견을 강하게 표명하고 학교에서 더 강의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도 참 막막했다. 아무 계획도 준비도 없었다.

 

그런데 20197월에 갑자기 딸과 함께 상담소를 개소하게 되었다. 한 번도 사업을 해보지 않고 주는 돈만 받고 살던 내가 운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크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상황이 나를 또 막 몰고 갔다. 등 떠밀려서 상담소를 개소하면서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놀랍게도 3년이 넘게 상담소는 무사히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마음에 상처를 입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점점 더 하나님께서 나를 왜 여기로 인도하셨는지 명확하게 이해되고 있다. 어리석고 나태한 나의 손을 하나님께서 왜 그렇게 꼭 잡고 여기저기 끌고 다니셨는지 알 것 같다. 하나님께서 한 영혼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이제는 내 생각과 계획을 더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바대로 가야 한다는 것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울며 씨뿌리는 자는 웃음으로 거두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