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헤이븐정신건강상담소&연구소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박사, 샌디에고주립대학교 사회사업석사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12:15)

사회복지

균형있는 자녀교육

하정미 2015. 2. 11. 13:39

균형 있는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

 


 

    2002년 우리나라 사람들이 월드컵 4강 경기에 환호하고 있던 그 시간에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샌디에고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원래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지만 모든 한국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 순간에도 내 생각에 빠져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고 정신건강 현장에서 학위 중에 인턴2년 석사 학위이후에 1년 가까이 상담을 하다가 갑자기 개인적인 사정으로 귀국을 하게 되면서 미국과는 문화가 다르고 특히 상담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갑자기 돌아오게 되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특히 미국과는 달리 정신질병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사회복지 전공자가 상담을 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게다가 건강보험에 상담이 제대로 적용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 동안 어떻게 지인과 연결이 되어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어 지금까지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과 학생들이 소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상담을 해왔다. 주로 우울증상과 대인관계문제, 가족문제, 진로문제, 자살문제 등을 호소하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나왔다.


   귀국하고 나서 얼마 후 TV에서 자녀교육에 대해서 어느 분이 강의하시는 것을 시청하게 되었고 당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심리학의 경향을 보면서 마음이 우려스러웠다. 가장 염려가 되었던 점은 자녀를 교육할 때 칭찬을 강조하면서 아이가 잘못하는 경우에는 그냥 모른 척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자녀교육에도 아이의 특성에 맞는 개별화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균형 있는 인성의 발달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뭔가 아쉬웠다. 일반적으로 칭찬이 부족하고 야단만 많이 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또 그런 경우에는 자녀가 잘못한 경우에 무시하여서 그 동안 불균형을 이루었던 양육방식을 수정하면서 개입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칭찬만 하고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것 같은 훈육이 부족한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간발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원초아, 자아, 초자아의 특성과 그 역동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많은 경우에 클라이언트들은 자아가 약해서 여러 가지 정신질병에 취약하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아가 약한 클라이언트들은 칭찬이 부족하고 체벌과 질책에 치우쳐진 양육환경에서 자라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대로 초자아가 발달하는 유년기에 훈육과 체벌이 부족한 경우에는 죄책감과 양심 그리고 배려심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해서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상담을 할 때 어릴 때 한 번도 부모에게서 잘못한 것을 지적받지 않고 자라 거의 죄책감을 못 느끼고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30대 후반 남성의 사례를 다룬 적이 있다. 그리고 훈육이 부족으로 초자아 발달이 미숙하여 부모보다 힘이 세지는 청소년기에 어머니를 폭행하는 패륜 사례를 몇 번 다루어본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미국이라서 이런 경우가 많은가 하고 생각했었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미국에는 다반사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귀국을 하고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귀국을 한 첫 해에 가족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부모와 함께 온 서너 살 되어 보이는 남아가 식사 중이던 다른 신사분의 머리를 음료수 병으로 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왔던 것은 함께 있던 어머니가 분명히 잘못된 아이의 행동에 야단을 치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신사 분에게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과 비슷한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최근 내가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내가 귀국했던 때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요즘 자주 기삿거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동뿐 아니라 내가 직접 만나는 클라이언트들 중에도 자아보다는 초자아가 약해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는 상담을 통해서 개입하기가 더 곤란하다고 치료가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어려서 훈육을 잘 받지 못한 경우에는 자신이 뭘 잘못하는 지 잘 깨닫기가 어렵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기가 어려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피해를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대인관계가 힘들고 사회생활 특히 직장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해서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병에 걸리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런데 부모들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자녀훈육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고 주양육자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에도 자녀를 너무 귀하게만 생각하거나 자녀양육방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균형 있는 훈육방식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학교에서도 그리고 초자아 발달에 가장 중요한 나이의 아동들이 다니는 어린이 집과 같은 보육시설에서도 학대문제로 예민한 요즘은 더욱 오해를 받을 것을 염려해서 훈육을 기피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지금이야말로 상황에 적절하고 균형 잡힌 칭찬과 훈육방식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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