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주인공 닐에 대한 심리분석- 문한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닐(주인공)은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학교에서도 좋은 대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인재 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전통을 고수하는 학교 분위기와 반드시 의대에 갈 것을 강요하는 완고한 닐의 아버지는 청소년기의 닐에게 억압을 느끼게 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학업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했고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이렇게 억압적인 분위기에 순응하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선생님이 찾아오게 되는데 그가 바로 ‘키팅’ 선생님이다. 그는 학생들의 영혼을 살찌우게 하고 자유로운 사색가로서 개개인을 인정해주는 선생님이었다. 닐을 비롯한 학생들은 키팅 선생님의 열정과 ‘카르페 디엠’이라고 하는 가치관에 영향을 받아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을 만들게 된다. 이 모임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감수성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되고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시를 읽고 느낀점에 대해서 서로 나누면서 학교, 학업, 성공에 국한된 사고가 아니라 삶의 진정한 행복, 꿈과 희망 같은 낭만적인 것으로 그들의 관심사가 더욱 넓어지게 된다.

닐은 자신이 학업 외에 연극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디션에 지원하여 합격하고 기뻐하는데 사회적인 성공을 바라던 아버지에게 반대를 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꿈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이제껏 아버지의 의견에 맞서본 경험이 없던 닐은 연극 때문에 아버지와 대립함으로써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을 것이고 자신의 꿈이 현실에 꺾임으로 인해서 상실감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닐은 생애 처음 겪어보는 큰 상실감으로 인해서 분노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분노가 타인에게로 향하지 않고 자신에게로 향하여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대상관계이론을 적용해 보자면 닐은 아버지의 좋은 자기를 자신에게 투입시켜서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모범생의 삶을 살아왔고 거기서 안정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닐이 의대에 가고 싶어서 노력을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아버지의 꿈을 자신이 대신해서 이루기 위한 대리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닐은 아버지와 비분화적인 상태로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아버지의 말에 순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약 닐이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지 않으면 나쁜 자기가 닐에게 투사되어 희생양이 되도록 하는 거절에 대한 위협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와 사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갖고 정신질환을 갖게 되며 부모를 위한 복수자의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닐은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았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극을 발견하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닐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에게로 그 분노를 돌려서 자신을 처벌하게 된다. 닐의 자기가 좋은 자기와 나쁜 자기로 쪼개져서 좋은 자기는 초자아와 통합되고 나쁜 자기는 자아로 통합되어서 자신이 아버지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인한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초자아가 자아를 처벌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꿈이 좌절되고 아버지에게 용서받고자 자아가 스스로를 가치절하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더 이상 그렇게 살기 원하지 않았던 닐은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다.

닐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깨닫지 못한채 아버지의 기대에 맞춰서만 살아오다가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아버지와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부정당하여 그 상실감이 무척 컸을 것이다. 또한 아버지와의 대립적인 관계에서 닐은 아버지의 반대가 마치 자기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아서 파편화되는 경험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닐은 자신이 아버지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지금까지 자신이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기 위해 살아왔던 자신의 삶과 아버지에 대한 심한 분노로 인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닐의 사례를 자기심리학에 적용해보자면 코헛이 말하는 자기대상의 역할이 닐에게 부족해보인다. 자기대상이란 자기 스스로 할 수 없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전 생애에 걸쳐 어떤 중요한 방식으로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 같은 것인데 닐의 경우에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고 인정해주는 ‘키팅’선생님이 있었지만 그가 학교에서 권고 퇴직을 당하게 되었고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 속에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는 어른이 없었다. 그래서 닐은 응집적 자기를 발달시킬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다. 닐의 응집적 자기가 발달되기 위해서는 보다 공감적이며 인간적이고 회복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는데 가장 가까운 아버지의 경우에 닐에게 차가웠고 오로지 의대에 진학하는 것만 요구하였다. 또한 닐의 아버지는 닐이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를 할 때만 조건적으로 지지적 반응을 해주었기 때문에 닐의 다른 측면들을 발달시킬 수 없었다. 자기는 타고난 잠재성과 공감적으로 조정되고 반응적인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달이 된다. 하지만 닐의 잠재성은 거부당하고 있고 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부모의 대리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파편화되거나 고갈된 자아, 반영되지 못한 야망을 반영하며 이상이 사라진 비극적인 인간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닐의 친구들이 닐의 꿈을 지지해주고 가족들의 반대에 위로를 해주었지만 현실적으로 친구들의 지지와 격려가 닐의 문제를 해결해주기에 한계가 있었다. 결국 닐은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연극을 선택하는 대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가서 서랍에 있는 구너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며 모든 것을 정리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닐의 자살을 조이너의 자살이론의 기본 개념에 적용하여 살펴보면 먼저 닐은 좌절된 자신의 꿈과 아버지와의 관계와 같은 문제들로 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였다. 평생 아버지의 기대에 맞춰서 살아왔던 닐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아버지와 대립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기가 부정당하고 더 이상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기댈 수 없는 현실에 맞닥뜨려 버린 것이다.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서 사는 것 밖에는 자신의 소속감과 안정감을 유지할 길이 없는 것을 깨달은 닐은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닐은 아버지와 충분히 분화되지 못한 상태이며 좋은 자기의 투입으로 일치와 안정을 얻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분화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닐이 지금껏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거절을 당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대립하게 되는 현 상태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자살의 두 번째로 닐의 분노가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됨으로써 스스로에 의한 공격, 통제력의 상실, 더 이상 가족들에게 필요 없는 존재라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자기 자신의 인식된 짐스러움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닐은 현실에 좌절하고 고민을 하다가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자살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그는 자신의 꿈을 반대하던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아버지의 서재에서 자살계획을 세우고 자살을 완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닐은 자살을 완수하기 위한 수단인 권총의 위치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사회에서 성인이 권총을 소지하는 일이 흔한 일이고 가족들은 권총의 위치를 알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닐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자살을 할 수 있어서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닐은 조이너의 자살이론 중 소속감의 부재와 인식된 짐스러움을 모두 충족하며 자살능력도 충분히 있어서 자살을 계획하고 완수할 수 있는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

닐은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만의 특성을 갖고 있었다. 청소년기에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부모보다는 자신의 친구나 학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충동성이 다른 시기에 비해서 강하게 나타나고 부모에 대한 반발심이나 사회에 대한 반발심도 크게 일어날 수 있다. 닐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얻은 기쁨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닐의 꿈이 아버지에게 좌절된 것도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최대의 좌절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청소년기의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두 가지 사건을 경험한 닐은 순식간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자신이 고립되었음을 느끼게 되고 친구들의 지지와 격려조차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자신을 지지해주던 키팅 선생님마저도 학교를 떠나게 되어서 이러한 어려움을 혼자 해결할 능력이 없고 자신의 어려움을 타인들에게 보여주고자 충동적으로 자살을 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의 자살 동기와 관련하여 진정으로 살 의욕과 동기를 상실한 경우와 극도로 좌절되고 낙담한 상태에서 도움을 청하고 관심을 끄는 하나의 방편으로서 자살을 기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닐은 자신의 꿈이 좌절됨으로 인해서 살 의욕과 동기를 상실하였고 아버지와의 대립적인 관계 때문에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되어서 극도로 좌절하고 낙담하게 되었다. 닐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거부당하고 꿈이 좌절된 어려움에 대해서 아버지의 관심을 끌고자 아버지의 서재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진정으로 받아들여 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닐의 자살은 자살을 계획하고 시도하기까지 시간이 매우 짧았던 만큼 자살의 의도가 자신의 괴로움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닐의 자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요인은 첫 번째로 고립감인 것 같다. 아버지의 기대에 의해 살아온 닐이 처음 아버지와 대립하게 되면서 자신의 꿈과 자기 자신이 고립되었음을 느끼고 고립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이러한 고립은 친구들의 격려와 지지에도 불구하고 너무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닐의 자살 요인 두 번째는 흉기가 될 수 있는 물건이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가족들이 닐의 자살계획을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해서 막지 못했지만 애초에 닐이 집에 있는 권총을 쉽게 꺼낼 수 있게 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권총이 미국 사회에서 외부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 사용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권총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닐의 아버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닐이 권총을 쉽게 꺼낼 수 있었던 환경은 자살을 유발하는 촉발요인으로 보인다. 닐의 자살 요인 세 번 째는 닐의 자살은 충동적으로 이루어진 자살처럼 보이기 때문에 위기 동안에는 자살을 선택하는 것을 유보할 필요가 있었다. 닐이 상실감과 좌절감을 겪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을 때 우선 위기가 지나갈 때 까지 제 3자의 지지와 공감과 이해와 격려를 받고 자살에 대한 결정도 연기하는 것이 필요했으며 자기 파괴적인 행동의 대안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와의 지나친 갈등은 우선 피하고 제 3자의 도움을 받고 자기 응집력을 키워서 스스로 자기를 보호하면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서 좀 더 지혜롭게 아버지와 타협하며 점차 아버지와 분화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닐의 분노를 일기를 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말함으로써 해소할 필요가 있다. 분노를 자살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적이고 중요해 보인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밖으로 표출시켜서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닐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전통적인 학교 분위기와 억압적인 아버지와의 관계인데 이러한 문제는 닐이 절대 쉽게 풀 수 없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삶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고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자살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 전혀 아니며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힘들게 한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지하고 자살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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