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헤이븐정신건강상담소&연구소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박사, 샌디에고주립대학교 사회사업석사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12:15)

실천기술론

경계선 성격장애

하정미 2007. 9. 14. 14:13
 

경계선 성격장애

 

목차

1. 개요

2. 경계선의 의미

3. 경계선 성격장애의 진단

4.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과 유형

5. 경계선 성격장애의 경과

6. 경계선 성격장애의 발달배경

7. 경계선 성격장애의 발현과정

8. 정신분석에서의 경계선 장애에 대한 설명

9. 인지행동이론에서의 설명

10. 경계선 성격장애의 치료

11. 경계선 성격장애의 치료와 적용케이스 1- 재활치료

 

                                       과목명: 성격이론

                                       담당교수: 최송식 교수님

                                       발표자: 하정미(박사 05)

                                       발표일: 2005. 11, 10

1. 개요


    성격의 일반적인 세 가지 특징(조성호, 2005)은 (1) 독특성- 사람마다 다르며 사람들이 개성을 발휘하는 주된 근거는 각자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2) 안정성과 일관성- 시간이 흐르거나 상황이 변해도 사람들이 가진 성격특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3)성격의 내용- 각각의 사람들이 지닌 성격의 알맹이를 말한다. 개인들이 서로 다른 이유는 그들 각자의 성격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격장애- 오래 지속되는 행동경향이나 특질이 융통성이 없고 미숙하며, 이 때문에 사회생활이나 직업 활동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할 경우를 말한다. 즉 성격장애란 개인의 고유한 성격특질이 그가 속한 사회문화적 기대로부터 심하게 벗어나 있고, 이 특질이 경직되어 있어서 아무 상황에서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심각한 기능장애를 야기하거나 주관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원호택, 1997; 조성호 2005, 재인용).   

 

성격장애의 진단기준(DSM-IV)

 

1. 한 개인이 속한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것에서 현저히 벗어나는 내적 경험 또는 행동상의 지속적 패턴. 이러한 패턴이 다음에 제시되는 영역들 중 두 가지 이상에서 나타날 경우:

(1)인지: 자기와 타인 또는 생활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

(2)정서: 정서적 반응의 범위, 강도, 안정성, 및 적절성 등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3)인간관계: 인간관계에서 지속적인 문제를 경험하는 경우

(4)충동통제: 내적인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표출해버리는 경우

 

2. 이러한 패턴이 유통성이 없이 여러 상황들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지속될 경우

 

3. 이러한 패턴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삶의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하는 경우

 

4. 이러한 패턴이 청소년기 후기나 성인기 초기에 발현된 이래로 오랜 시간 동안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우

 

5. 이러한 패턴이 다른 정신적 장애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 경우

 

6. 이러한 패턴이 약물복용 또는 약물남용의 생리적인 결과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의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장애와 성격장애 간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신에게 심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자신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이 둘은 확연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이 무기력하고, 희망이 없으며, 아무런 의욕도 없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고 인정한다. 하지만 성격장애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치고 자신의 성격이 잘못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성격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성격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잘못이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들도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도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성격자체가 아니라 성격장애로 인해 초래되는 부부간의 불화라든지 주위 사람들과의 마찰로 인한 스트레스, 업무수행의 비효율성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조성호, 2005)

    성격장애의 또 다른 주요 특징으로 장애의 지속성을 들 수 있다. 성격 장애는 짧은 시간 동안 경험되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형성해 온 성격특질들은 사춘기나 적어도 성인기 초기에는 고착된 특질로 굳어지게 되며, 이렇게 고착된 성격특질은 이후의 삶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현된다. 따라서 한번 형성된 장애적인 성격은 잘 변치 않는 안정성과 지속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조성호, 2005)


2. 경계선의 의미 (조성호, 2005)


    경계선 성격장애는 DSM-IV의 분류에 의하면 cluster B에 속한다. cluster B의 장애들은 극적이고 감정적이며 변덕스러운 증상이나 행동 패턴이 핵심 특징이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계선(borderline)’이라는 용어를 잘 이해해야한다. 경계선의 뜻은 심리학자들 사이에도 일치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1)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선


    원래 경계선이라는 용어는 환자가 신경증적 증상과 정신증적 증상을 복합적으로 나타내고 있어서 치료자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가 없을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신경증(Neurosis)은 현실인식과 생활 적응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지는 않지만 주로 정서적 또는 행동적 측면에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해 나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불편과 고통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감정의 변화가 심하거나, 우울/불안/공포 등 부정적 감정을 계속해서 경험하거나, 주어진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을 되풀이하거나, 의기소침, 의욕상실, 무기력 등이 지속되거나, 상황에 적응해 나가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되거나, 주변 사람들과 마찰과 갈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것 등이 신경증적 문제의 예들이다.

    정신증적 문제는 현실의 인식과 기본적인 생활 적응 자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경우를 지칭하며, 흔히 정신병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정신증적 장애의 조요 특징은 현실 인식 능력에 있어서의 손상과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정서를 경험하거나 표현하는 것, 그리고 사고의 방식과 내용의 기이성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이의 명확한 구분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신경증적 증상과 정신증적 증상이 모두 있어서 분류할 수 없을 때 그 환자는 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선상에 위치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경계선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곤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진단은 거의 내려지지 않고 있으며 현대의 진단 분류법에 의거해 볼 때 경계선이라는 용어를 이와 같은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성격조직으로서의 경계선


    경계선이라는 용어는 정신분석 이론에서 경계선적 성격을 가진 환자들을 지칭할 때도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정신분석 이론가인 Kernberg는 정신증도 아니고 신경증도 아니면서 심각한 성격 병리를 가진 환자들에게 경계선 성격조직(borderline personality organiz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환자들의 핵심적인 특징은 불안한 자아정체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을 현실을 왜곡해서 지각하거나 망상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신분석 이론가인 Grinker는 경계선 증후군(borderline syndrome)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환자들의 주요특징은 자기정체성의 혼란이며 인간관계가 매우 의존적이고 깊은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고, 항상 고독과 외로움에 고통스러워하며, 돌발적으로 적개심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 등이 또 다른 특징이다.

    Mahler에 의하면 경계선적 성격병리란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 사이의 심리적 경계가 적절히 융화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대상 분열 혹은 분리의 성격병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분석이론의 맥락에서 사용되는 경계선이라는 용어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이러한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이 어떤 일련의 증상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지가 불분명하다. 또한 경계선적 성격조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경계선 성격장애의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역으로도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이것은 현대의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말하는 경계선 성격장애와는 차이가 있다.


(3)치료하기 어려운 환자에 대한 명칭으로서의 경계선


    경계선이라는 용어를 가장 잘못 사용하는 경우로는 치료하기 어려운 내담자나 환자들을 경계선 환자라고 지칭하는 경우이다.


(4)경계선에 대한 현대의 견해


    현대의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DSM-IV에 제시된 진단 준거에 들어맞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경계선이라는 진단명을 부여한다.           


3. 경계선 성격장애의 진단


경계선 성격장애의 진단 기준(DSM-IV)

 

    인간관계, 자기상, 및 정서의 불안정과 현저한 충동성의 지속적 패턴이 초기 성인기부터 발현되고, 다음에 제시되는 것들 중 다섯 가지 이상이 다양한 맥락에서 나타나는 경우.

 

(1)실제 혹은 상상적인 버림받기를 피하려는 극도의 노력

     (주의: 기준 5에 포함되는 자살 혹은 자해행동은 포함하지 않음)

(2)이상화와 평가절하의 양극단 사이를 오가는 것으로 특징지워지는 불안정하고 강렬한 인간관계 패턴

(3)정체성 장애: 자기상 혹은 자기에 대한 감각이 현저하고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경우

(4)잠재적으로 자기손상적 성질을 지니는 최소한 두 가지 영역에서의 충동성 (예: 소비, 성, 약물남용, 부주의한 운전, 폭식)(주의: 기준 5에 포함되는 자살 혹은 자해행동은 포함하지 않음)

(5)되풀이되는 자살행동이나 제스처 혹은 위협, 또는 자해행동

(6)기분의 현저한 반응성으로 기인하는 정서적 불안정성 (예: 며칠마다 간헌적으로 나타나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강한 기분저조나 초조 혹은 불안 에피소드)

(7)만성적인 공허감

(8)부적절하고 강렬한 분노 혹은 분노통제의 어려움(예: 빈번한 분노폭발, 지속적 분노 상태, 되풀이되는 신체적 충동)

(9)스트레스와 관련된 일시적인 편집증적 사고 혹은 심각한 해리증상

  


4.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과 유형


(1)문제 영역별 핵심 특징


불규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 예를 들면 매우 세련된 옷차림을 하다가도 어떤 때에는 단정치 못하고 지저분한 옷차림을 한다. 또한 그들의 음성은 힘과 생동감이 넘쳤다가도 어떤 때는 느리고 우물거린다. 이런 행동들은 계획된 것이라기보다는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이며 종잡을 수가 없다.

역설적인 인간관계- 다른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을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거부나 버림받음 혹은 소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예측 불가능하고 극단적인 반응을 자주 나타내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손상시킨다.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의존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에는 상당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한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자신을 버리지 않을 타인의 삶 속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타일을 조종하려 들기도 한다. 이들의 자살위협이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내밀도록 만들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상대방으로부터 거부당하거나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극도의 찬사와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실제적인 관계에서 기대했던 것만큼의 반응을 상대방으로부터 얻지 못하게 되면 내면에 상처가 쌓이게 되고, 이러한 상처는 상대방에 대한 격하와 비난, 돌발적인 분노 표출로 이어진다.

변덕스러운 사고 패턴- 일상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상반되는 극단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자주 경험한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양가감정을 보인다. 이들의 주된 문제는 변덕스럽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자기상- 전형적으로 경계선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심오한 공허감과 아울러 정체감의 혼란을 경험한다. 이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확실한 관념을 갖지 못하여 자신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은 뿔뿔이 흩어진 파편처럼 서로 잘 통합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정서 상태- 이들은 기본적인 감정의 기조가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감정들이 번갈아가며 순환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경계선 장애의 하위 유형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매우 복잡한 증상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모두 동일한 형태의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핵심이 되는 증상의 성질에 따라 몇 가지 하위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네 가지 유형은 Millon과 Davis(1996)의 분류를 참고하여 필자(조성호, 2005)가 정리한 것이다. 


위축형 경계선 성격장애- 이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다른 사람과 마찰을 피하고 만성적으로 우울하며 온순하고 순종적이다. 이들은 한 두 사람의 중요한 인물들에게 강한 애착을 형성하고 그들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애착은 안정적이거나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이들은 심리적인 자원이 부족하고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회의가 현저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의지가 될 만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라도 끈질기게 매달린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든 개성과 자율성은 철저하게 억눌러진다. 이러한 특징은 의존적 성격장애와 매우 흡사한 측면이 있다.

   이들은 쉽게 낙담하고 우울해하며, 절망과 무력감을 쉽게 느낀다. 그리고 책임이나 의무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큰 부담을 느낀다. 이들의 인생은 공허하고 힘겨우며 외롭다. 그 결과로 마치 타인이 유아를 돌보듯이 자신을 돌봐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타인에게 더 큰 집착과 의존을 보이게 된다. 이 유형은 분노의 표출은 억제되고 억압된다. 이들의 공격적인 충동은 자기 내면으로 돌려지고 스스로를 처벌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나타내는 자기학대와 자살시도는 자신이 의존하는 상대에게 느끼는 분노나 적개심에 대해 스스로를 처벌하는 한 가지 방편이다.   


충동형 경계선 성격장애- 이 사람들은 변덕스럽고 피상적이며 종잡을 수가 없다. 타인들로부터 얻고자 하는 관심과 애정을 얻지 못하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이것은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온갖 유혹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들은 현란한 치장과 행동을 하거나 극단적인 쾌활함을 보이거나, 자신을 부풀리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유지하고 그들로부터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얻고자 분투하며, 이곳저곳에서 이런저런 행동을 쉴 새 없이 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에는 계획성이 없고 대안적인 행동을 고려하지 않으며 행동의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예상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행동은 무책임하다. 이들은 거부와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인정을 영원히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깊을 절망을 느낀다. 이는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진다. 이것은 결국 깊은 공허감과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듯한 느낌으로 이어진다.


분개형 경계선 성격장애- 이 사람들은 수동공격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이들의 분노나 공격적인 행동은 훨씬 더 강렬하고 빈번하다. 이 유형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이 표출되는 분노와 불평불만이다. 이 유형은 고집이 세고 완고하며 무뚝뚝하고 비관적이다. 또한 화를 잘 내고 비판적이며 반항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을 받기를 갈망하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거부당하거나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정반대이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자신을 굽히거나 억누르는 것은 이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굴욕으로 느껴진다. 이 유형의 가장 모순적인 것은 자신이 의존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심과 사랑, 인정과 존중을 구하고자 하는 대상을 매우 싫어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외롭다. 결국 이 유형의 사람들은 타인의 관심을 얻으려는 내면의 소망과, 타인을 자신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게 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휘둘림을 당하지 않으려는 이중적이고도 양극적인 욕구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자벌형 경계선 성격장애- 이 사람들은 분개형 성격장애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인정과 관심에 대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타인에게 의존할 필요를 느낀다는 것 자체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인정과 애정을 구하고자 했던 대상을 오히려 증오하는 것이 되풀이 된다. 그러나 이들은 내면의 불만과 분노를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향해서 내면적으로 그리고 자벌적인 방식을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순응적이고 사교적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분노와 적개심이 들끓고 있다. 이들이 그런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타인의 욕구에 지나치리만큼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타인으로부터 진정한 정서적 지지와 인정을 이끌어내지는 못하며, 결국 이러한 좌절은 지속적인 우울과 불안을 초래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 내면의 결함을 자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이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의존의 강화로 이어진다. 이것은 또한 분노를 일으키고 그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에 대한 책망을 가중시켜서 결국 광범위한 신체 증상들을 호소하게 된다.


5. 경계선 성격장애의 경과


    발현시기-경계선 성격장애는 청소년기나 성인기에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기정체성에 문제를 지닌 청소년들이나 성인기 초기에 막 접어든 사람들에게 성급히 경계선 장애라고 진단 내려서는 안 된다. 따라서 DSM-IV의 진단 기준에 확실히 들어맞지 않는 경우에는 이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발생빈도와 성별분포- 미국에서는 인구의 2%정도가 경계선 성격장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APA, 1994; 조성호, 2005 재인용). 또한 외래 정신과 환자들의 약 10% 정도가 이 장애를 지니고 있으며, 정신병원 입원 환자들 중 약 20% 정도가 경계선 성격장애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성격장애로 진단받은 사람들 가운데 30~60% 정도가 경계선 성격장애에 해당될 만큼, 성격장애 중에서 경계선 성격장애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서울대학병원 신경정신과 류인균 교수가 서울 시내 세 개 대학의 여대생 285명을 조사한 결과 5.6% 정도가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 이 장애는 여성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1994년 보고서에 의하면 이 진단의 75%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형제 중에서 경계선 장애를 지닌 사람이 있는 경우에 이 장애가 나타나는 빈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다섯 배 정도 더 높은 발병빈도는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 가족 중에 약물관련 장애나 반사회성 성격장애, 기분장애 등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에 발병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진행경과- 사람마다 차이가 크나 일반적으로는 후기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 동안 만성적으로 불안정한 시기가 이어지며 이 시기동안 정서적 불안정과 충동통제 실패를 경험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신체적 정신적 이유로 병원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이 장애로 인한 개인적 손상과 자살의 위험은 초기 성인기 시기 동안 가장 커지며, 이 후로는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위험성이 약해진다. 30대나 40대에 이르게 되면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관계나 직업생활 등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획득해 나가기 시작한다. 치료는 회복의 자연적인 과정에 따라서 진전되어 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장기 연구에서 20대에 경계선 성격장애로 진단 받았던 환자의 90%가 중년에는 더 이상 진단기준에 맞지 않았다(Paris J., 2003; Paris J., 2005 재인용). 그러나 치료자들은 더 심각한 역기능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서 나아질 가능성이 적다(Zweig-Frank, H., & Paris, J., 2002; Paris J., 2004).

    자살이 발생한 나이는 임상적으로 매주 중요하다. 자살의 성공 평균 연령은 15년 후에 자살에 성공한 경우의 연령은 30세이며 27년 후에 자살에 성공한 평균 연령은 37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자살의 성공은 환자가 가장 높은 비율의 자살 위협이나 시도를 보이는 20대가 아니라 비교적 병의 진행에 있어서 늦은 시기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살을 하지 않지만 이러한 결과는 환자가 성공적이지 못한 치료를 수년 간 받은 후에 절망했을 때 가장 발생하기 쉽다(Paris, J. 2004). 


6. 경계선 성격장애의 발달배경


    (1) 아동기의 외상경험

    Traumatic events란 한 개인이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스트레스 사건을 말한다. 아동기에 경험하는 다양한 외상적 사건들이 나중에 경계선 성격장애의 발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Marziali, 1992; 조성호, 2005 재인용). 경계선 성격장애로 발달하기 쉬운 아동기 외상경험에는 자라나는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하여 중요한 타인들로부터 정서적인 철수를 포함한 무시와 신체적 학대, 부모의 사별이나 이별등과 같은 상실의 경험,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것, 부정적이고 비 일관적인 부모의 양육방식, 다양한 형태의 성적학대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을 경험했다고 해서 다 이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2) 불확실성의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가치와 관습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확실한 것이 별로 없는 듯하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핵심적인 특성인 ‘불확실성’은 우리 사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점점 더 ‘경계선적 성격화’해 나가는 것 같다. 


7. 경계선 성격장애의 발현과정

    아동기의 외상적 경험에 대한 대처 행동들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경계선 성격장애가 발현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 되기도 한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내는 행동은 어떤 경우에는 아동기 때 경험한 외상적 경험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서, 외상적 경험을 다루는 데 효율적으로 작용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내는 특징적인 행동인 분노 표출, 적대적, 공격적 행동, 무기력, 우울, 의존, 죄책감 등은 자신의 심리 상태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런 의미에서 그러한 행동들은 자기 패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내고, 내면에 가득 찬 긴간을 발산시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더욱더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넣는 기능을 할 뿐이다.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의존적 욕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켜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즉 애착대상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단순하게 인정과 애정을 이끌어내는 것 보다는 더 이상의 상실을 겪지 않고자 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되며, 이것이 그들의 주도니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존중을 이끌어내는 것보다는 그들이 아직 보유하고 있는 최소한의 안전이라도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 사람들은 자신을 낮추고 희생적이 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보다 배려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순교자적 행동들은 다른 사람들의 책임감과 관대함을 이용하려는 수단인 셈이자 다른 사람들과의 애착을 강화하는 복종적 자기헌신 행동이다. 그러나 이런 강화가 실패하게 되면 분리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이제까지 유지해 왔던 대처행동들과는 정반대의 행동들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더욱 더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주장하며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도 그 목적은 동일하게 분리 불안을 통제하고 대처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행동상의 급격한 변화는 이들이 분리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의 급격한 변동과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이 나타내는 우울은 이들이 한때 희망을 걸었던 대상을 좌절시키고 복수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그들에게 어떤 교훈을 가르쳐주려는 수단으로 우울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고통을 과장하고 무기력과 소진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효과적으로 피하고 그 짐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며 자신의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듦으로써 자신을 더욱 더 돌보도록 만든다. 이런 방법은 주위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더 큰 분리불안과 갈등, 적대감을 경험하도록 만들게 된다. 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의 간접적 표출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통제력을 잃고 무절제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노폭발은 이들의 투사적 정신과정을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내면적으로 경험하는 유약함과 부적절함을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시키는 데 급급한 것이다. 결함이 많아서 벌 받고 조롱받아야할 대상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다른 사람들인 것처럼 왜곡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왜곡은 다른 사람들을 자신으로부터 더욱더 멀어지게 만들고, 자신을 더욱더 고통스러운 나락에 떨어지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게 된다.


8. 정신분석에서의 경계선 장애에 대한 설명

    

    대상관계 이론으로 설명하자면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현재의 중요한 대상들과 맺는 관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자신을 지지해주는 대상이 있는 경우. 이때의 증상은 우울과 고독이다. 대상과 좀 더 친밀한 애착관계를 열망하지만 실제에서는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들의 핵심사고 내용은 ‘만일 내가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때로 화를 내게 된다면, 상대방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가 버릴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대상에 대해 뭔가를 더 원하는 것과 그러한 소망이 초래하게 될지도 모를 위험에 대한 공포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을 좌절시키는 대상이 존재하는 경우이다. 주로 경험되는 감정은 분노와 적대감이다. 이러한 표현은 대상의 상실에 대한 공포로 말미암은 것이다. 셋째, 중요한 대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부족할 경우이다. 이 경우는 정신증적 상태나 공황상태, 또는 그러한 공황상태를 피하기 위한 충동적인 행동 등이 나타난다. 중요한 타인이 현재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해 초래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들과 공상적인 관계를 맺기도 하고 혼자 남겨진 고통을 참지 못할 경우에는 알코올이나 약물을 충동적으로 탐닉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기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일관적인 생각과 감정을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경계선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핵심적인 문제로 분리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자기 혹은 다른 대상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통합하는 데 있어서의 실패를 나타내며 이들이 나타내는 자기에 대한 이미지와 인간 관계상의 불안정성은 대상관계를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분리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Kernberg(1975)는 생의 초기에 유아가 부모와의 인간관계에서 결핍이나 왜곡이 존재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자기와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긍정적인 이미지가 제대로 통합을 이룰 수 있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요소가 부정적인 요소보다 더 우세해야 한다. 긍정적인 요소의 우세 속에 잘 통합된 자기 및 타인에 대한 정신적 표상은 스트레스나 좌절 상황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고, 그것은 다시 스트레스나 좌절을 인내하는 것을 가능케 하며, 이는 다시 보다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대처와 문제해결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통합도니 긍정적 이미지를 기억 속에 담아둘 수 있다는 것을 적응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억과 부정적인 기억이 적절하게 통합되지 못하고 이 둘 간의 원시적 분리가 고착되어 이 둘을 전혀 통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자기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번갈아가며 자신을 지배하게 되어 자기상이 매우 불안정해지게 된다. 또한 타인에 대한 대상표상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분리되어, 긍정적인 표상이 활성화될 때에는 타이에 대해 지극히 이상화하는 태도를 취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표상이 활성화될 때에는 타인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분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한 컨버그의 설명의 핵심은 생의 초기에 아동이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일관되게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발달적 기원은

마스터슨(1989)은 아동이 분리개별화 단계에서 어머니가 아동의 분리적, 독립적 욕구를 제대로 인식하거나 허용해주지 않게 되면 아동은 어머니에 대해 더욱 불안해지고 자기의 독립적 행동을 자율적으로 추구할 수 없게 된다. 이 시기에 아동이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애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동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동에게 있어서 어머니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은 어머니를 잃는 것으로,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것은 자기가 없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타인으로부터 버리받는 것에 대한 공포와 타인에게 함몰되어 휘둘림을 당하는 것에 대한 공포는 분리개별화 단계에 있는 아동이 경험하는 위기와 일맥상통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상 상실에 대한 공포와 자기 상실에 대한 공포이다.  


9. 인지행동이론에서의 설명


    벡의 인지치료이론(Beck & Freeman, 1990; 조성호 2005 재인용)으로 설명하자면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활사건에 접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자동적인 사고들은 그러한 사고들을 떠올리는 한 경계선 성격장애의 증상들을 불가피하게 초래하는 성질의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경계선 성격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생활사건에 접해서 어떠한 생각들을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인지도식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세상은 위험하며, 악의에 가득 차 있다.

나는 힘없고 상처받기 쉽다.

나는 원래부터가 환경 받지 못할 존재이다.

    이 세 가지의 인지도식 내용들 중 첫 번째는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두 번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시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인간관계에서 자신이 어떠한 취급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다.

    힘없고 무기력한 자신이 악의에 가득 찬 위험한 세상에 놓여 있게 되었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은 극심하고 광범위한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본적 공포를 가진 사람에게는 일상생황에서 편안하게 이완하며 산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은 가능하면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지 않고 항상 주위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사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만성적인 긴장과 불안, 위험신호에 대한 과민감성 등을 초래하게 된다.

    편집성 성격장애의 경우처럼 세상은 위험하고 악의에 가득 차 있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힘에 더욱 의존함으로써 삶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위협들을 대처해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힘없고 약한 존재로 생각하는 경계선 성격장애의 경우에는 이렇게 대처하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의존성 성격장애의 경우처럼 일상적인 삶의 요구들을 잘 다루어나갈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을 돌봐줄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함으로써 이러한 삶의 딜레마를 해결해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은 원래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수용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은 이러한 해결책조차 시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칫 잘못 의존하면 그들로부터 거부와 버림을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겪는 심각한 딜레마는 그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아무런 장치도 가지지 못한 채로 적대적인 세상에 무기력한 상태로 내던져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율과 의존의 양극단을 오가며 방황할 수밖에 없고, 이 둘 중의 어느 하나에 마음껏 정착할 수도 없는 것이다.

    벡에 따르면,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인지적 왜곡 또한 발견되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분법적 사고이다. 이것은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을 상호배타적인 이분적 범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이른바 중간지대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흑백논리적 사고는 불가피하게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게 만든다.

    사건이나 경험에 대한 이러한 극단적인 평가는 극단적인 정서적 반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극단적인 정서적 반응은 다시 극단적인 행동을 낳을 수밖에 없다. 또한 삶의 경험들에 대한 이와 같은 이분적인 시각은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의 이동이 보다 쉽게 일어나도록 만든다. 결국 이분법적인 사고로 인해 초래되는 이러한 일련의 파생적 결과들은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정서 및 행동상의 변화를 상당 부분 설명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경계선 성격장애의 인지도식상에 나타나는 역기능적 신념과 결합하면 훨씬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이분적 시각(‘결함투성인 나는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자신의 이러한 결함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숨기지 않는 한 수용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만드는데, 불행하게도 이러한 결론은 이들로 하여금 친밀한 관계를 오히려 두려워하고 회피하도록 만든다. 이들은 친밀한 인간관계 속에서는 자신의 약점과 단점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거부당하거나 버림받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것은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의 좌절로 인해 경험되는 강렬한 분노이다. 

    도식중심 인지치료(schema-focused cognitive therapy)라는 새로운 인지치료 이론을 제시한 영(young, 1983, 1987, 1994; 조성호, 2005 재인용)은 심리적 문제의 핵심적 원인으로서 인지도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그는 생의 초기에 형성된 부적응적인 인지도식은 부적응적인 행동 패턴을 초래하게 되며, 이는 다시 부적응적 도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는 여러 유형의 성격장애마다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18개의 초기의 부적응 도식을 제시한 바 있다.(표 참조). 이러한 도식들은 삶의 과정에서 이 도식 내용과 관련이 있는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면 활성화되며, 이는 다시 사고에 있어서의 왜곡과 강렬한 정서적 반응, 그리고 행동적 문제들을 초래하게 된다. 여러 가지 초기 부적응 도식들의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도식들의 활성화는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증상들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은 이러한 도식들이 어떠한 경로로 발달하게 되며, 이러한 도식들이 어떻게 경계선 성격장애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


도식유형

도식내용

유기/상실

나는 영원히 혼자이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부

만일 사람들이 나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된다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거나 가까이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의존

나는 혼자 힘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의지할 만한 누군가가 필요하다.

예속/개별화의 결여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나를 버리거나 공격할 것이다.

불신

사람들은 나를 공격하고 이용하며, 나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다. 따라서 나는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한다.

통제감 상실에 대한 공포

나는 나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죄책감/처벌

나는 나쁜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벌 받아 마땅하다.

정서적 결핍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나를 돌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0. 경계선 성격장애의 치료(조성호, 2005)


    (1)지지적 치료와 재구성적 치료

    가장 일반적인 치료적 접근은 개인 심리치료이다. 한때 심리치료 전문가들 사이에 치료하기에 가장 어려운 심리장애 중이 하나가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인식이 있었다. 성공적인 심리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에 굳건한 치료적 협력관계가 확립되어야 하는 데 이 장애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관계형성 및 유지에 있어서의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새로운 치료 기법이 개발되는 등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지지적 치료란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가능한 한 빨리 경감시킴으로써 내담자가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고 현실생활에 적절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는 심리치료 방법을 일컫는다. 이를 위해 지지적 치료에서는 내담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방어들을 강화해주고, 내담자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환경적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내담자의 성격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행해지지 않는다. 이 치료 방법은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정서상태가 극히 혼란스럽거나, 자살이나 자해에 대한 위험이 매우 높거나. 인간관계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는 등의 위기적 상태에 처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또한 내담자와 충분한 치료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을 때에도 지지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선택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치료방법에서는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내담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실제적인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게 된다.

    재구성적 치료의 일반적인 목표는 내담자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당면한 심리적 문제의 해결과 현실에의 원만한 적응을 돕는 것은 물론, 내담자가 자신에게 내재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휘하여 궁극적으로 인간적 발달과 성숙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재구성적 치료를 뿌리치료(root therapy)라고 부른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경우에는 이 치료가 적합한지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먼저 행해지지 않으면 큰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재구성적 치료 시 고려할 사항은 치료자의 경험과 능력, 내담자의 동기, 내담자의 심리적 자원, 내담자의 자아 기능(ego functions)의 온전성을 들 수 있다. 자아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현실검증1) 능력과 판단 능력2)을 들 수 있다.  

    지지적 치료와 재구성적 치료의 절충- 앞의 두 가지 치료방법은 저마다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두 가지 치료는 상호 배타적이기 보다는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예들 들어, 치료의 초반기에는 대개 지지적 형태의 치료를 하다가 재구성적 치료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지지적 치료를 통해 내담자의 혼란과 위기를 어느 정도 수습하고 나서, 내담자가 자신의 성격적 결함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심리적 역량을 갖추도록 한 다음에는 내담자의역기능적인 성격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재구성적 치료가 행해질 수 있다. 

    

    (2) 협조적 치료관계 형성하기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한 심리치료에서는 치료자와 내담자가 협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치료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치료자는 내담자와 관계 형성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 내담자에게 치료자를 믿으라고 직접적으로 설득하거나 일방적으로 권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이 치료자를 신뢰하는 데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치료자가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치료자가 일관적으로 신뢰로운 방식으로 주의 깊게 행동할 때에만 서서히 조금씩 형성될 수 있다. 치료자의 의사소통방식은 애매하거나 모호하지 않아야 하며 솔직해야 한다. 또한 내담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은 삼가야 한다. 내담자와 하는 말의 내용과 비언어적인 행동 단서들이 불일치하여 말로는 내담자를 이해한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그러한 느낌을 전달하지 못한다면 내담자로서는 치료자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내담자와 한 약속이나 합의는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치료자가 치료시간에 늦는다든지 심지어 약속을 취소하는 것은 신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각별히 유의해야한다. 또한 내담자가 치료자를 스스로 믿을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내담자가 꺼내기를 꺼리는 화제를 서둘러 다루려 해서는 안 된다. 치료자는 충분한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내담자가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을 억지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전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내담자들은 치료자가 전달하는 친밀감의 표시들에 불편해할 수도 있다. 악수나 눈 맞춤이나 개인적인 경험의 공개는 친밀해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내담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쉽다. 따라서 내담자의 수용 가능성을 넘어서는 표현 행위들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내담자는 치료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끊임없이 시험하는데, 내담자의 이러한 시험에 치료자가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치료적 관계 형성의 성패가 판가름날 수 있다. 치료 초반기에 내담자들은 정규적인 치료시간 이외의 시간에 치료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와서 자신을 만나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이 필요를 느낄 때는 언제든지 치료자가 자기 옆에 있어 주기를 바란다. 그들이 자신이 혼란을 느끼고 불안할 때 자신을 진정시켜 주고 따뜻하게 돌봐줄 치료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치료자가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할 때가 많으며 그렇다고 마냥 거절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타협이 필요한데 치료자는 내담자의 특별한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응해줄 수 있는지에 관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 원칙에는 내담자나 치료자의 사정과 입장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정해진 원칙은 특별한 경우(자살에 관한)가 아니면 일관되게 지킬 필요가 있다. 예외를 허용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한 번의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부르게 되고, 이는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정규적인 만남의 시간 간격을 조절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혹은 세 번으로 만남의 빈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내담자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가지 위기 상황들을 치료시간에 다룰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경제선 성격장애 내담자와의 종결은 서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낫다. 성공적인 치료 후의 급격한 종결은 내담자에게 강한 불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 3개월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갖고 서서히 만남의 빈도를 줄여가면서 종결에 임하는 것이 좋다.


    (3)문제별 치료 방법

    일반적으로는 치료의 초반기에는 표면적인 문제들을 다루가 치료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점차로 심층적인 문제로 대화의 범위를 확장시켜 나아가면 무엇보다도 내담자가 치료자에 대해 신뢰감과 친밀감을 형성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경계선 성격장애 내담자와의 치료에서 직면하는 치료자의 고민 중 하나는 내담자가 다루기를 희망하는 문제들을 어느 정도 다루어야 하는 지이다. 내담자가 다루기를 원하는 문제만 다루면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되풀이 되어 치료적 대화가 어려워지지만 일방적으로 치료자가 화제를 선택하는 것을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자는 내담자가 꺼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화를 진행시켜나가되, 그러한 대화의 중간 중간에 치료자가 다루기를 희망하는 화제를 연결 지어 나가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다.

    내담자의 자기 파괴적 행동은 흔히 발생하며 치료자를 곤란하게 하는 문제이다. 그 행동의 이유 혹은 동기는 어떤 대상에 대한 분노나 적개심의 표현이거나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못마땅한 자기 또는 자기의 부정적 측면을 스스로 처벌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런 두 가지의 경우에 치료자는 이러한 행동의 치명성과 내담자의 자기 파괴적 행동의 통제할 수 있는 심리적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서 일정 기간 동안의 입원조치가 처해질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이 장애에 대한 치료경험이 별로 없는 치료자는 애초에 치료를 맡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내담자들의 자기 파괴적 행동의 동기에는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내담자들은 치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을 지속적으로 보살피도록 만들기 위해 이와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다루기 힘들고 위험하다고 여기는 측면들을 치료자가 다루지 못하도록 하고 대신 치료자가 자신을 마냥 지원하고 지지해주도록 만들려는 무의식적인 의도가 숨어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치료자들은 내담자에게 조종당하지 않기 위해 내담자의 행동에 엄격한 한계를 설정해서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과 내담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내담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결국 이 두 가지 상반된 입장들 사이에서 어떤 절충적인 타협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절충적인 입장에서 볼 때 치료적 개입의 근거가 분명하고 내담자의 조종과 통제의도를 내담자에게 해석해 줄 수 있고 나중에라도 그러한 행동이 궁극적으로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당장에는 순응하더라도 그 위험성을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내담자의 자살 시도는 우울증의 경우와 비교해서 매우 충동적인 특성을 갖는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이제까지 해왔던 충동적 행동들의 예를 하나씩 내담자와 함께 검토하면서 내담자에게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는지 즉, 충동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초래된 이득과 손실을 상세하게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시켜 나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다른 대안적인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내담자와 함께 검토하는 작업을 해나갈 수 있다. 이때 치료자는 이 과정에서 내담자에게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거나 비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정신증적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큰 죄를 지었다는 생각과 자신은 부적절하다는 생각과 관련된 망상들과 자신의 신체가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신체의 크기나 모양이 달라져 보인다든지 하는 이인화와 비현실감과 관련된 해리적 증상들이 경험되기도 하며 일시적으로나마 실제적인 환각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시지각 혹은 청지각에 왜곡이 있는 경우가 있으며 편집증적인 생각들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읽는다거나 자신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든지 하는 자기와 타인의 경계에 혼돈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와 정서장애와의 차이점은 경계선 성격장애의 경우는 이러한 증상이 단편적이거나 일시적이며 정신분열증의 경우는 증상이 별로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이 경우는 기이하고 불편한 경험으로 느껴진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지지해주고 보살펴주는 외적 대상이 주위에 존재할 경우에는 정신증적 증상들이 발현될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다. 그러나 그런 대상이 없는 경우에는 정신증적 증상이 발현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대상은 꼭 사람이 필요는 없다. 직장일이나 TV속의 상징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들이 나타내는 정신증적 증상들은 대상복구적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즉, 상실된 대상을 복원하려는 심리적인 방편인 것이다. 결국 경계선 성격장애에 있어서의 정신증적 증상은 대상 부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인 셈이다. 내담자가 정신증적 증상들을 나타내어서 정상적인 심리치료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입원치료나 약물치료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비교적 단기적이므로 증상이 약물을 통해서 호전된 후에 다시 심리치료를 재개할 수 있다.


    (4)그 밖의 치료적 접근

    내담자와 가족들이 과잉몰입된 유형의 경우에는 서로가 심리적으로 분리될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들 간의 정서적이 표현을 촉진하면서 감정의 억압이나 왜곡 혹은 부인을 줄이고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표현할 수 있도록 치료의 초점을 맞추며 내담자가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무시당해온 경우에는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실제로 이러한 가족들이 자녀의 의존욕구를 충족시켜주려 들지 않기 때문에 매우 어려우나 내담자와 별도로 부모들만 가족치료를 진행시켜서 자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시키고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부모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인관계가 어려운 경계선 성격장애의 경우에 집단치료는 어렵고 불편한 상황이 경험될 수 있지만 집단치료는 내담자의 부적응적인 행동을 직면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의존욕구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울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비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교정적 정서 체험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약물치료는 갈수록 확산되어지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은 잘 통제된 연구들이 흔치 안아서 현제로서는 효과를 말하기는 어렵다. 심리치료자와 약물치료자가 다를 경우에는 분열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그 밖에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 단기적인 입원치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살 문제에 관련해서 스톤(Stone, 1990; 조성호 2005 재인용)은 긍정적인 치료적 예후와 관련된 요인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포함된다.

자기훈육과 과제지향 경향성이 높은 강박적 특질을 지닌 경우

남다른 재능을 지닌 경우

지능이 매우 높은 경우

신체적 매력이 높은 경우

    그리고 다우슨과 그라운즈(Dowson & Grounds, 1995; 조성호, 2005 재인용)는 다음의 부정적인 치료적 예후와 관련된 요인들 제시하였다.

아주 잔인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경우

아동기 때 부모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를 당하면서 성장한 경우

아동기 때 성적학대(특히 부녀간의 근친상간)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

약 10개월 이상의 장기입원 경험이 있는 경우

비교적 성인이 되어서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

감옥이 간 경험이 있는 경우

DSM-IV의 경계선 성격장애의 진단 기준들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

반사회적 성격장애나 분열형 성격장애가 있는 경우

주요정동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성의 경우

지능이 낮은 경우

지속적으로 약물을 남용하는 경우


    스톤은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DSM-IV의 아홉 가지 진단 기준들 모두에 해당하고 20대를 전후해서 입원한 환자들을 약 40%는 5년 이내에 자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주요정동 장애와 알코올 중독을 지닌 경계선 성격장애 입원 환자들은 5년 이내에 37.5%가 자살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동시에 지닌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은 경계선 성격장애만을 가진 환자에 비해 자살률이 세 배나 높았으며 주요정동장애를 동시에 지닌 남성입원 환자들을 자살률이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 경계선 성격장애의 치료와 적용케이스- 재활치료 (Paris, J. 2004)


    재활치료는 세 가지 일반적인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성격 특성은 오래도록 안정적이므로 치료자들은 갑작스런 변화를 이루려고 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환자가 더 높은 수준의 기능에 도달하는 것을 돕는 것으로 충분하다.

둘째, 만성적인 성격장애의 경과가 치료자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기대수준을 낮추고 조그마한 성취도 의미심장한 승리로 생각하면서 현실적인 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환자들은 자신의 과거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지 말고 지금의 느낌과 사고와 행동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심리치료를 특성을 더 적응적으로 사용하고 더 잘 사용하는 데에 초점을 둔 커리큘럼을 가진 교육의 한 형태로 생각하는 것이 유용하다. 치료자의 사무실을 교실로 환자의 삶을 실험실로 오래된 상황에 새로운 행동을 적용하는 것을 숙제로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더 적응적인 행동을 발견하고 문제행동을 수정함으로서 회복된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를 그 과정을 더 빨리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치료의 모델은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 발견하기: 부적응적인 특성이나 행동패턴을 발견한다.

2) 관찰하기: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감정적인 상태를 관찰한다.

3) 실험하기: 더 효과적인 대안이 어떻게 실제로 적용되는 지 실험해본다.

4) 실행하기: 새로운 전략을 실행한다.


이 모델의 실제 적용 케이스를 아래에 설명하겠다.


    클로디아는 우울증을 호소한 19세의 학생이었고 수퍼바이저에 의해서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되었다. 의사가 항우울제를 즉시 처방했을 때 클로디아는 의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고 약병채로 삼켜버려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군인인 그녀의 아버지는 전국을 돌아다녔고 그녀의 어머니는 방임되고 불행하게 느꼈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문제는 클로디아의 아동기부터 명백하게 드러난 변덕스러운 성질과의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클로디아에게는 3명의 다른 형제자매들이 있었는데 정신문제를 가진 것은 그녀뿐이었다.

    클로디아는 2달을 병원에서 보냈고 퇴원하였다. 병원의 보호적인 환경에서 떠나는 상황에 직면한 그녀는 지남력장애와 환청을 나타내었다. 그래서 퇴원 후 몇 달 동안 적은 용량의 신경증약물을 처방받았고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병원에 통원하며 심리치료를 받았다.


1) 발견하기

클로디아를 돕기 위한 일차적인 목표는 인생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그녀의 내적 반응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여 감정을 전이하는 것이었다. 이 일의 대부분은 그녀의 부모들의 단점에 대한 클로디아의 참을성을 증가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클로디아는 또한 같은 병을 가진 친구와 서서히 그리고 고통스러운 결별과정을 거쳐야했다. 이 친구는 그녀와 같은 시기에 병원에 입원하였고 그녀에게 문제에 대처하기 보다는 자살을 생각해보도록 권유하였다.

2) 관찰하기: 클로디아는 자신의 정서적인 불규칙성을 더 잘 조절하기 위해서 관찰하는 방법을 배워야했다. 많은 치료회기 동안 그녀의 실망과 분리에 초점이 주어졌다. 클로디아는 또한 다른 사람이 그녀를 실망시켰을 때 그 사람을 가치절하 하는 경향을 인식해야했다. 그녀는 치료자가 항상 그녀를 이해해 주지는 않을 것이며 그가 휴가 중일 때에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 참아내는 법을 배웠다.

3) 실험하기: 클로디아는 여러 남성들과 사귀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선택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경험을 통해서 그녀의 욕구의 강도와 어떻게 그것을 조절하는 지에 대해서 배웠다. 이러한 민감성을 통해서 그녀의 감정이 조절 불능의 상태가 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그녀가 교육과정을 다 마치자 그녀는 정서적인 폭풍으로부터 중요한 보호 장치가 되는 전문적인 능력을 개발하였다. 그녀는 또한 더 나은 친구를 사귀었고 병리가 아니라 건강을 지지하는 친한 친구를 발견하였다.

4) 실천하기: 치료과정 동안 클로디아는 직업을 구했고 심각한 관계를 가져서 그녀의 삶의 안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으로 보이는 남자와 결혼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그녀는 불안한 감정 상태에 빠지지 않았고 충동적인 행동패턴을 지속하지 않았다. 종결이 합의되었고 그녀가 병원으로부터 퇴원했었을 때 발생했던 것 같은 문제가 초래되지 않았다.


Follow-up: 

    클로디아는 15년 후에 다시 면접을 했다. 34세일 때 그녀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회사에서 승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결혼생활은 성공적이지 않았고 그녀는 유부남과 오랫동안 바람을 피웠다. 그들은 시내에서 참간 만나거나 회의에서 만났다. 그녀는 함께 살지 않는 남성과 관계를 가지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비밀스러운 애정관계의 흥분이 친밀감의 환상을 자극했다.

    그녀를 49세에 다시 면접했을 때 그녀는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회사를 경영하고 있었고 사장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과는 결별하였고 애인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았다. 이 남성은 자신의 부인과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클로디아와 육체적인 관계가 전혀 없을 때도 그들은 여전히 만나고 있었다. 이제 8세가 된 아들은 클로디아의 삶의 중심에 있었다. 그녀는 적절한 때에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들에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근심을 표현했다.

    클로디아는 전형적이지 않은 삶에서 안식처를 구했지만 보통의 삶보다는 이것이 그녀에게 더 적절했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또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함으로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어떻게 아들의 청소년기를 감당할 것인지 의문스럽지만 그녀의 아들과 이전의 다른 사람들과의 경우처럼 갈등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 케이스는 성격장애의 전형적인 경우이다. 좋은 결과는 문제가 없는 삶일 필요는 없으며 문제를 돌아가는 방법이면 될 족할 것이다.     


<참고문헌>

조성호, 2005, 경계선 성격장애; 나는 누구인가, 학지사

Paris, J., 2004, Personality Disorders Over Time: Implications of Psychotherapy.

        American Journal of Psychotherapy, Vol. 58, No. 4, 2004 

Paris, J., 2005, Recent Advances in the Treatment of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Can J Psychiatry, Vol. 50, No 8, Jul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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