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방문한 정신보건기관의 역할과 특성
2) 해당 기관의 사회복지사의 역할
3) 정신보건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준비
4)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의 어려움과 보람
5) 다루기 힘든 클라이언트의 대한 개입
6) 해당 사회복지사가 주로 많이 사용하는 개입방법
7)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의 진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방문한 정신보건기관은 대구에 있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의 정신과 사회사업팀이였다. 이전에도 나는 대학병원에서 이뤄지는 정신보건사회사업의 형태는 어떠할지 궁금했었는데 운 좋게 기회가 닿게되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실 별로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였다. ‘대학병원’이라는 타이틀이 기대감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 의사를 만난다거나 병원 전체를 견학하는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그런데 내가 만나게 된 사회복지사는 정말 엄청난 경력의 소유자셨다. 내가 만난 박인태 선생님은 무려 대학병원 안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신지 30년이 넘으신 대단한 경력자셨다.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사회사업(복지)이 정착하여 기틀을 잡고 발전한지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분은 거의 1세대 정신보건사회복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같이 면담을 하러 갔던 친구들과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우리가 이렇게 엄청난 분을 만나러 온 것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주 좋은 기회였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나의 마음이 기대감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이 분은 엄청나게 바쁘실 것이고, 이 면담도 짧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하시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듣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면담을 시작하는데. 이분은 면담이라기 보다는 거의 강의를 해주셨다. 직접 ppt를 띄우시고 넘기시면서 우리에게 정신보건의 기본적 이해에서 부터 출발하여 자신이 소속하여 있는 동산병원 사회사업팀의 대한 소개까지 해주었다. 참으로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분야에 30년 이상 몸을 담고 있는 전문가를 만난다고 하는 것은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이 하셨던 말씀들을 지금 이 보고서로 쓰는 것 자체도 나에게 중요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시 그분의 말씀을 새기면서 내가 가진 정신보건사회복지를 향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아주대학병원의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가 『골든아워』 라는 책을 출판했다. 원래 이국종 교수는 환자를 돌보는 시간도 부족한, 자신이 말하길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사는” 삶을 살면서 책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여러 출판제의를 거절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과 자신의 팀이 열심히 노력한 흔적은 결국 기록하지 않으면 금새 잊혀지게 될 것이라는 한 출판업자의 조곤조곤한 협박을 듣고 나서는 그 생각이 바뀌어 조금씩 글을 썼던 것들이 이제 막 책으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이국종 교수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활자화’이다. 기록으로 글을 남기고, 그 글을 책으로 남긴다는 것은 그 기록을 읽고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독자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유용한 것이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사상적 가치가 내포된 하나의 작품이다.
이런 측면에서 내가 동산병원의 사회사업팀에서 강의를 듣고 면담을 했던 기록들을 활자화 하는 것 역시 나 자신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미래의 내가 나태해지거나, 직업의 의미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게 될 때에 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선생님이 하셨던 가르침과 내가 느꼈던 깨달음들이 서로 맞물리어 나의 무뎌져가는 마음을 조금이라고 일깨워줄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1) 방문한 정신보건기관의 역할과 특성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가장 큰 업무는 무엇일까? 물론 여기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결국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이 병원에 있는 클라이언트가,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이 병원을 나가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 곧 퇴원의 절차와 계획에 있어서 집중적인 케어를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병원에서 이뤄지는 사회복지적인 업무도 결국은 기본적인 사회복지의 의의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즉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기능들을 회복/증진시킴을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는 일. 대학병원에서 실시되는 사회복지사업 역시 이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병원 내의 클라이언트가 궁극적으로 이 병원을 나가서 스스로 자신의 기능을 발휘하고 지역사회와 더 큰 거시적 체계에 참여함을 통해 기능적으로 상호작용해나가고 이를 통해 질높은 삶을 살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대학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사회복지사업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퇴원절차를 함께 논의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업무를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대학병원 내의 정신과에서 하게 되는데 박인태 선생님께서 주신 자료를 토대로 조금 더 살펴보면,
분류 | 세부업무 |
사회사업상담 | - 심리 사회적 상담 - 재활 및 사회복귀문제 상담 - 지역사회자원 및 기관 연계상담 - 경제적 문제 상담 - 장애인 등록 상담(장애인 지원정책) - 사회복지정보제공 |
치료프로그램 | - 개별치료/집단치료/가족치료 - 사회기술훈련 - 사회적응훈련 - 위기관리 프로그램 및 가정폭력 피해자/가해자 프로그램 - 도박, 중독 상담 - 인지재활 및 스트레스 관리 훈련 - 집단활동 프로그램/보호자 교육 프로그램 진행 |
기타 | - 병원 외의 상담/교육활동(군부대, 다양한 센터, 대학교, 방문상담) |
정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정신보건사회복지라고 해서 특별히 ‘사회복지’와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회복지사가 하는 업무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갑자기 박인태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는데. 정신보건사회복지도 결국은 사회복지의 기반 위에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하신 말씀. 즉, 너무도 다양한 사회복지의 영역이 존재하지만 결국 그 모든 분야의 기본적인 가치와 업무는 사회복지 실천과 실천기술에 기반한 것이며 그 대상과 중요하게 다뤄지는 특징적인 이론 및 기술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 말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결국 사회복지를 할 때에 어떤 분야를 가던 일반 ‘기본’을 먼저 쌓아놓고 움직이라는 말일 것이다. 괜히 성공하는 사람들이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본래 다양한 현상과 특수들은 본질과 보편에서 나오는 법이다.
이러한 기반위에서 다양한 사회복지 영역이 발전되어 가는데 각 영역별로 중요하다 생각되는 이론과 기술, 서비스의 대상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며 이 차이가 다양한 사회복지의 영역을 만들어내며 각 영역의 특징이 된다.
만약 사회복지기관의 지역사회조직화 팀으로 일한다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지역내에 존재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에 그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고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굳혀갈 수 있도록 유지하고 강화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저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론과 기술의 차이가 조금씩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정신보건사회복지는 기본적으로 정신증의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 정신과 전문의들과 함께 회진을 돌고 회의를 할 때에 말이 통하지 않겠는가. 환자의 정신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대강은 알아도 깊이는 몰라서 필요한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결국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정신증들의 대한 깊은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정신보건 사회복지의 경우 일반적인 클라이언트가 아닌 정신증적 문제를 호소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 비해 정신건강과 관련된 지식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위기개입과 관련해서 신속하고 정확한 위기개입 기술을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대학병원 내의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의 경우 혼자서 움직이지 않으며 간호사, 의사등과 같은 자신의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학제팀을 만들어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최소한 이들과 환자의 문제를 놓고 평등하게 논의할 수 있을 만큼의 지성과 능력을 지녀야 한다. 즉, 다른 영역에 비해 더 많은 지적 수준의 요구를 받게 되며 더 높은 임상적 이해가 가능해야 한다.
2) 해당기관의 사회복지사의 역할
대학병원의 정신과 사회복지사업팀에 소속된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앞서 정리했던 정신과 사회복지사의 업무표에 있는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서 따로 다시 정리를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사회복지사가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하면서 지켜야할 사항에 대해서 박인태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대학에서 다학제팀으로 일을 하다가 보면 자신의 사회복지사 다움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하셨다. 즉 병원의 의사들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가고 회식을 가고 회의를 하고 회진에 참여하고 그들과 똑같이 흰색 가운을 입고 일하다가 보면 자신이 의사와 같은 급이라는 권위의식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선생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신은 사회복지사라는 정체성을 붙잡도록 노력하셨다고 하였다. 자신이 ‘사회복지사’라는 것을 잊지않고 그 직업이 가지는 특성을 언제가 견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즉 병원 내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무엇인지의 대한 흔들리지 않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다학제팀에서 자신의 역할과 존재이유를 잊지않는 것 자체라고 할 수 있다.
3) 정신보건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노력
이 질문의 대한 선생님의 대답은 명확하다. ‘사회복지의 기본을 잊지 말고 기본기를 다지고 와라’ 라는 것. 선생님이 면접을 보았던 정신보건사회복지 수련생 중에서 소위 고스펙에 다양한 대외활동 경험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그 학생은 선생님의 면접에서 탈락했다. 왜냐하면 말을 유창하게 잘 하기는 하지만 정작 사회복지의 기본에 대해 질문을 하자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고 결국 떨어진 것이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사회복지라는 것이 무엇인지의 대해서 확실하게 이해를 하고, 특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의 가치는 무엇인가, 곧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의 대한 스스로의 사고정립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사회복지의 대한 공부만 한다면 전문성은 향상되겠지만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에 스스로의 대한 확신과 가치가 흔들릴 위험이 있으며 반대로 생각만 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전문성과 실무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학생일 때 끝없이 정신보건사회복지의 대해 알아보고 그 진로를 생각해보고 또 자기 스스로 사회복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속에서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추가로 이 속에서 틈틈히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인태 선생님 역시 처음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어갈 때 봉사활동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그 입구를 열어가셨다고 하셨다.
이렇게 놓고 보니 안 중요한 것이 없다. 다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글을 쓰는 중에 갑자기 문뜩 떠오른 것이 있는데.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정신증적 문제를 가진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하여나간다. 이때 엄청난 역전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과연 내가 이 엄청난 역전이의 위협을 극복할 수 있을까? 정말 나에게 이런 힘이 있을까? 이를 극복할 에너지가 나에게 있을까?? 나의 무의식에서 부터 올라오는 본능적인 일차적 정서들을 내가 이겨내고 극복하며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그들을 편협한 시각이 아닌 이성과 객관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없다. 당장 내 옆의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그것 조차 내 감정을 상하게 하는데 과연 내가 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나님의 힘을 빌려야한다. 인간은 포도나무가 아니라 포도나무가지다. 가지는 포도나무에 붙어있을 때 비로소 존재의 가치가 있으며 힘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가지가 떨어져있는 상태로 혼자 존재하게 된다면 결국 가지가 나아갈 방향은 썪어져서 버려지는 것 말고는 없다. 그래서 사람을 살리는 사회복지사는, 특히 대상자의 영혼과 마음을 치료해야 하는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의 경우라면 더욱이 하나님으로 부터 오는 힘을 받아 멘탈을 관리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역전이되지 않고, 기울지 않는 상태로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안정된 상태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정신적/영적 평안함이 클라이언트에게 무의식적으로 전달되어 편안함을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4)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의 어려움과 보람
대학병원 사회복지사의 경우, 대학병원이라는 체계 안에서 존재하는 규범과 규칙들, 그리고 관료적인 체계들에서 오는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특히 정신과의 대한 의료수당의 문제들, 퇴원계획을 세울 때에 찾아오는 경제적인 지원 연결의 어려움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학병원 내에서 의사와 사회복지사들을 은근히 비교하여 차별하는 경향이 존재한다고 한다. 즉, 대학병원에서는 다학제팀으로 사회복지사와 정신과 의사가 함께 일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의사라는 권위와 사회복지사의 권위를 동일하게 인정하지 않고 차별한다는 것이다. 이는 팀 내부에서도 존재하고 클라이언트와 사회복지사 간에도 존재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의 역전이현상, ‘소진(Burn-Out)’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스트레스 관리능력이 약할 시, 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요소들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많기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멘탈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소진(Burn-Out)’은 봉사를 담당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잦은 직업군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러한 소진은 갑자기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역동이라기 보다는 사람들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것들로써 감정적인 소진, 신체적인 소진 등으로 그 양상이 다양하다. 어느 사회복지의 영역에서나 해당되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소진 상태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 것이 너무도 어렵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들을 찾고 이용하는 기술의 훈련이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의 일이 어려움과 스트레스만 있다라고 한다면 어떻게 그 일을 계속해서 지속해나갈 수 있겠는가. 다양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노력하면서 이를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어느 시점에서 열매를 맺는 날이 오는 것이다.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들이 조금씩 정신증을 겪는 사람들의 삶의 어려움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기게되고, 그 변화들이 그들 스스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보게 될 때에 비로소 자신이 노력한 보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결국 사회복지의 목적은 “나와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한 저 클라이언트가 사회복지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가 가진 기능을 최대한 발휘함을 통해 이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기에 실제로 그러한 클라이언트를 보게 되는 것이, 그리고 그의 자립에 내가 함께 했다는 그 사실이, 한명의 존엄성과 독특성을 지닌 인간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보탬이 되었다는 그 사실이 바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직업군 2위’인 ‘사회복지사’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맡은 바를 해나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5) 다루기힘든 클라이언트의 대한 개입
박인태 선생님께 가장 다루기 힘든 클라이언트는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 선생님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그 대답은 “다 어렵다” 였다. 왜냐하면 정신증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는 동일한 정신증적인 증상을 호소하면서도 그 고통의 크기를 받아들이는 정도나, 해결의 대한 의지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모든 개개인이 ‘저마다의 우주’인 셈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클라이언트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이 말씀의 핵심일 것이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추가로 위기개입을 필요로하는 클라이언트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최대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위기를 개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위기대처자원은 무엇이있으며 어떤 절차로 이용가능한지의 대한 이해도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자살의 위험을 가졌거나,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경우이거나, 사정을 하는 과정에서 주호소 문제보다 더 위험한 문제들이 발견되는 클라이언트들의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위기를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같은 위급한 상태에 놓여있는 클라이언트에게 개입할 때에는 실수를 한다거나 잘못된 방법과 방향으로 개입해서는 안 되며 사회복지사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위기개입이 필요한 클라이언트가 가장 다루기 힘든 클라이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서는 사전에 사회복지사가 위기개입과 관련된 전문적인 훈련을 잘 받아 두어야 하며 여러가지 현실적인 고려사항을 숙지하여 실무 현장에서 실재적으로 위기를 개입하려고 할 때 행정적이거나 절차적인 문제 때문에 공급되어야 하는 자원들이 제한되지 않도록 준비되어야한다.
6) 해당 사회복지사가 많이 쓰는 개입기법
선생님이 말씀하셨을 때에, 특정한 개입기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자신에게 익숙하거나,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개입기법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셨다. 선생님 역시 특별하게 사용하는 주된 기법이 정해져있다기 보단 그때그때 클라이언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기법사용에는 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경력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클라이언트에게는 어떤 개입방법이 유용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체득화 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7)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의 진로
앞으로 정신보건과 관련된 사회복지사의 업무의 필요성은 날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현대인의 대다수가 정신병의 고위험자이고 사회가 한 개인을 몰아가는 힘이 더욱 강해지고 사회적 혼란은 가중되기 시작하면서 더욱더 정신증적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누구나 세밀하게 검사하지 않아서 그렇지 하나씩은 정신증적인 증상이 존재한다. 더욱 이 시대가 ‘자본주의’와 ‘실용주의(pragmatism)’를 중요시하면 할 수록 인간적인 가치와 인문학적 소양은 더욱 사회의 저 편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 수록 우리 인간의 정신건강은 외부의 환경자극에 더욱 취약하게 된다. 이 말은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직업은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정신보건사회복지의 수요 역시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 문재인 정부가 국정 100대 과제 중에서 ‘정신건강증진’을 채택하면서 현재 정신보건 사회복지의 영역은 블루오션과도 같다. 따라서 더욱 많은 곳에서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이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근무가 가능한데. 우선 내가 방문했던 곳인 대학병원의 정신과에서 의사들과 함께 다학제간 팀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사업업무를 할 수 있고, 또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정신증적인 문제의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과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고, 더 많이 공부해서 석사학위를 따고 정신보건기관에서 경력을 쌓아 슈퍼바이저로써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기관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기본’의 가치이다. 선생님이 강조하셨던 핵심은 기본의 대한 성실성이였다. 어떤 영역을 가던지 사회복지의 대한 의의와 목적을 잊어버리지 않고 클라이언트들을 대하는 일관된 태도를 견주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마치며
선생님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본’ 이라는 것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배웠던 사회복지개론, 혹은 사회복지실천론이나 기술론등이 바로 사회복지 이론의 기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이 과목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굳이 공부를 해야 할 내용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청을 하라’ 라던지 ‘공감을 해줘라’ 라는 그런 뻔한 내용이 들어가있는데 이를 굳이 교수님에게 강의까지 들어가면서 배워야 하는 것들인가? 라고 생각하고 이를 무시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라고 하더라도, 막상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하지 못한다. 내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체득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 이론은 내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이런 30년된 전문가 선생님도 결국은 기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내가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했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생각해보면 모든 대학교의 학문에 제일 시작점을 ‘개론/총론’ 으로 놓아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본이 될 때에 다른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결국 사회복지 실천론과 실천기술론등에서 말하는 기본적 지식이 먼저 내 것으로 체득되어 내면화 될 때에, 그것이 다양한 분야로 심화되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될수록 직업의 대한 가치관이 쉽고 간결하며 핵심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혈기왕성한 20대때는 누가 들어도 감탄할 만한 수사적 용어를 사용해 멋있게 의미를 치장하고자 한다면,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며 직업의 노하우가 조금씩 생겨나가면서 그런 겉치례들이 사라져가고 핵심만 남게되는 것 같다. 내 지인이 아는 전 고신대학교 총장님은 하버드대학교에 교수로 있으셨던 분으로 지성과 영성이 아주 높으신 분이셨는데, 그 분이 말씀하신 모든 신학과 신앙의 핵심은 결국 “예수 믿고 천국가는 거” 라고 하셨다고 내 지인이 말했던 게 기억난다. 그렇다. 이 말씀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믿음, 그리고 우리의 최종 지향점인 천국이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신학은 이러한 ‘기본’의 토대 위에서 다양하게 발전하는 것이지만 결국 핵심은 토대가 되어주는 예수, 믿음, 천국 인 것이다. 어디 이뿐이던가? 유명한 학자들이 쓴 글들중에서 그들의 말년에 쓴 글들은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인생의 가르침들로 가득차있다. 우리가 인생을 조금씩 살아가다 보면 많은 명언들에서 하는 뻔한 말들을 경험적으로 체험하는 순간들이 오게되며 이때 우리는 어느 정도는 자신이 성장했구나 하는 것을 알게된다. 이처럼 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 모든 겉치례의 껍질을 벗긴 뒤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핵심적인 열매이다.
이번 대구 동산병원의 정신과 사회사업팀의 박인태 선생님을 만나뵌 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더욱 다양한 정신보건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전문가 분들을 만남을 통해 정신보건과 관련된 나의 견문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겠다는, 그리고 이를 위해서 실재로 발로 뛰면서 노력해야 겠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정말로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우던 것을 실제 현장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에 느끼는 충격이랄까? 그 충격의 원인은 두 가지일 것인데 하나는 정말로 이 이론이 실재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을 경험함을 통해 신기함과 놀라움을 느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배웠던 것들인데도 불구하고 기억이 나지 않고 나에게 무서울 만큼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경험을 하게 될 때에 느껴지는 공포감일 것이라고 본다. 즉 내가 도대체 뭘 배웠는지의 대한 회의감이 내가 실재 현장을 가게 되었을 때 뒤늦게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이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4년 내내 배웠던 것들이 실재 현장에서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 말이다. 다양한 기관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주는 것은 이러한 나태함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좋은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사회복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회복지사 자체가 클라이언트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써 사용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 도구로써 존재하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결국 클라이언트의 행복이다. 이 행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가 먼저 준비되어있고 다듬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최고의 방법은 사회복지사 자신이 먼저 행복하고 평안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복지사가 먼저 최적의 상태에 머무를 수 있게 될 때에 이 효과가 클라이언트에게 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좋은 사회복지는 클라이언트의 삶의 질을 높이게 하는 것이듯 좋은 사회복지사는 먼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일 줄 아는 사람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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