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연구(무단복재금지)
하정미 역
Slipp, Samuel. 1993. Object Relations: a Dynamic Bridge Between Individual and Family Treatment. Northvale, New Jersey: Jason Aronson Inc. p. 133-137.
클라이언트는 우울증, 업무장애, 부부갈등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인해 심리분석을 받기 위하여 찾아온 재능 있는 작가였다.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로 출발하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글쓰기에 집중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다. 이것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불안정 그리고 아내와의 갈등을 초래했다. 이 사례에서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중구속이 아버지로부터 뿐 아니라 부모 두 사람 사이에서도 발생하였다. 클라이언트는 아버지가 지나치게 지배적이며 차갑고 무능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의사가 되길 원했으나 대공황 시기의 어려움 때문에 선생이라는 직업에 안착했다. 그는 마침내 교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성취한 것에 만족하지 못했고 자기 스스로를 실패자로 보았다. 그는 자기 아들(클라이언트)에게 학문과 스포츠에서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고 압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압력은 자신의 아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닐 때 특히 심했다.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아버지가 진심으로 아들인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자신의 특권을 위한 “성공의 부산물”에만 관심이 있다고 느꼈다. 동시에 클라이언트는 자기 아버지가 그와 경쟁하려고 한다고 느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대처 능력이 없고 부적절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고 나 스스로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뭐든 해야 돼요. 내가 창조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때 마다 먼저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되죠. 당신에도 그리고 우리 아버지에게도. ... 나는 유명해지고 부자가 그리고 성공해서 사회적 보상이 되어야 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자랑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또 아버지는 내가 정말 강한 사람이 되길 원하지는 않았죠. 아버지는 나를 끌어내려야 했어요. 내가 능력이 있었으면 아버지의 실체가 폭로되고 말았을 거예요. 그는 자기가 원하지 않았던 것에 안주해서 자기 자신을 끌어내렸죠. 그는 항상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었어요. 나는 아주 조금은 나 자신과 아버지를 죽여 버리고 있죠. 결코 100% 진심이 아니에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절반의 진심이죠.
따라서 그의 실패는 그가 자존감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아버지에게 착취당한 것에 대한 반항을 표현할 뿐 아니라 아버지의 실패 메시지에 순응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들키지 않고 아버지의 성취압력을 좌절시킬 수 있었다. 그는 상당한 정도의 거세공포로 인해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위협적인 아버지를 초자아로 투입했다.
그는 꿈속에서 자신이 항상 아버지의 목덜미를 물려고 하는 늑대로 보이거나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아버지의 힘과 자신의 전능적 분노를 두려워했고 통제받기를 원했다. 그는 순종적이며 우울한 자신의 어머니와 동일시하였다. 그는 꿈속에서 아버지에게 착한 딸처럼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나 자신에 대해서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게 유일한 내가 가진 무기였고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죠.” 아버지가 그에게 의존적일 때 클라이언트는 그의 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꼈지만 박탈감과 덫에 걸린 것 같은 기분과 분노를 경험하였다. “내가 느낀 상실감 속에는 원한이 담겨 있었지만 돌아갈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어요.” 그는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고 자신의 죄책감과 자기혐오를 전이 속에서 분석가에게 투사하였다. 그는 분석가가 실망하고 심판적이며 분노한 그의 마음속에 투입된 아버지(o-)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죄책감을 속죄하고 나쁜 부모투입을 좋은 것으로 바꾸어 좋은 자기와 재결합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자기 처벌적인 정신내적 전략을(o-가 s-를 처벌하는) 외부화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고 자신의 분노를 통제하며 아버지의 반응을 통제하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간접적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순종적이며 기능이 낮고 클라이언트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가장 예쁨을 받는 딸이었고 유아기에 고착되어 의존적인 애착관계를 유지하였다. 대공황의 시기에 그녀는 결혼했고 그녀와 남편(클라이언트의 아버지)은 친정에 들어와서 9년을 친정 부모님들과 함께 살았다.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클라이언트의 외할머니)는 동맹관계를 형성하여 그녀의 남편에 대항했고 그가 생계를 책임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학벌이 아무 쓸모없는 것이라고 비하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가족들은 교육과 지적 능력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어머니를 신경쇠약, 두통, 불면증 등을 앓고 있으며 무가치감과 무망감, 그리고 건강염려증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녀는 클라이언트에게 억제적이며 부정적인 세계관 뿐 아니라 신체기능에 대한 불안감을 불어넣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감을 갖지 못했으며 아들도 자신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클라이언트에게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으며 그의 성취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가족이 조부모의 집에서 이사를 나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인 클라이언트를 은밀하게 대했으며 아버지가 구두쇠라고 불평하면서 클라이언트와 유혹적인 동맹을 형성하였다.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어머니의 무지함에 좌우되며” 그녀의 연약함으로 인해 통제받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지속적인 디스포리아(dysphoria; 불만족 및 불안 증상) 상태였지만 나아지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어머니를 안심(reassurance)시켜드려야 한다고 느꼈고 자기가 부모의 적절감(sense of adequacy)과 행복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s+, 구원자 역할).
클라이언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모님 두 분 모두의 기분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부모님의 기분을 맞추는 정거장이었어요. 나는 독립적으로 살아가거나 그들이 비참하게 느낄 때에는 나만 좋은 시간을 가질 권리가 없었죠. 부모님은 두 분 다 너무 약하고 개별적인 사람으로 기능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항상 부모님의 신호에 따라 행동했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부모님에게 좌우 되었죠. 나는 항상 자신이 스스로 대처할 수 없는 대책 없는 아이라고 느꼈어요. 나는 타인에게 의존적인 상태였죠. 나는 사랑받기 위해서는 잘해야만 한다고 느꼈고 그렇지 않으면 버림받을 것 같았어요. 아버지는 “잘하고 있어.”라든지, “네가 어떻게 하든지에 상관없이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를 위해서 어떻게 하느냐가 항상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죠. 나는 내 자식 외에는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아요.
그러고 나서 클라이언트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나쁘고 착취적인 사람으로 보였던 그의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서 상담하였다. 그는 아내로 부터의 어떠한 기대도 부당한 요구로 해석했고 그러한 요구에 대해 분노하였으며 거절을 피하기에 충분한 만큼만 만족을 억제했다.
꿈속에서 수용받기 위한 그의 자율성에 대한 표기와 분노 그리고 위축된 행동에 대한 한 가지 전환점이 발생했다.
저는 친구한테 빌린 외제 차안에 있어요. 그 차는 시동도 걸리지 않았는데 굴러가기 시작해요. 차들이 곁길에서 들어오기 시작해요. 차의 시동을 걸어서 운전하려고 열쇠를 찾았는데 열쇠를 깜박하고 가져오지 않았던 거예요. [그는 당황하고 절망하고 부적절하게 느꼈다.] 나는 내가 가진 재능도 내가 가진 어떠한 힘도 내 것이 아니에요. 나는 자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항상 부모 특히 아버지를 만족시키기 위한 행동만 했어요. 단 한 번도 단지 나 자신을 위해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완전히 만족스러운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다른 사람의 인정에만 연연했죠. 나는 내 차의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나에게 욕구를 갖는다는 것은 내가 어떠한 자율성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줄 뿐이었죠. 나는 모든 걸 넘겨줘야 된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과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없어요. 나는 죄책감과 분노와 무가치감을 느끼며 내가 아파보이지만 아프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의사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 적대적인 상황에서처럼 그런 감정의 날을 세우죠. 내가 모든 걸 넘겨줘버릴 수 있고, 그 무게가 덜어지면 나는 의존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괜찮아지죠. 퇴행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변명거리를 갖고 있죠. 마치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같은 거예요. 학교에 있을 때 속이 뒤틀릴 때는 언제나 시험 칠 때였어요. 최근에 나는 나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이 느꼈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을 아니었어요. 심리적으로 나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느꼈고 그것을 증명하려고 했어요. 꿈에서 내가 차를 빌린다면 열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내가 필요해서 그 차를 빌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 자신에 대한 통제권과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어요.
클라이언트가 전이를 느끼며 자율성에 대한 부모와의 갈등을 다루면서 그는 작가로써 생산적이고 성공적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다. 아내와의 관계는 일시적으로 개선되었으나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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